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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하면 졸음이 오는 이유건강/금연 2024. 2. 24. 12:20반응형
금연 동기
금연을 희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나는 약 20년 간 외출하기 전, 반드시 네 가지를 잊지 않고 챙기기 위해 노력했다.
휴대폰과 지갑 그리고 담배, 라이터.
이 중 하나라도 두고 나왔다가 다시 찾으러 들어가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휴대폰과 지갑은 필수였기에 집에서 멀어져도 다시 찾으러 돌아와야 했지만 담배와 라이터는 꼭 그렇지도 않았다.
근처 편의점에 들러 새로운 담배 혹은 라이터를 구입했고 그렇게 남은 라이터가 서랍에 수북히 쌓여 집안 여기 저기 뒹굴고 있었다.
따로 클러치백을 들고 다니지 않았던 나는 항상 이 네 가지로 주머니가 두툼해져 있었다.
청바지를 입었을 땐 티가 덜 났지만 흰색 바지의 경우 담배가 들어있는 주머니에 담배 곽 모앙의 노란 자국이 생기곤 했다.
어디 의자라도 앉을 때면 허벅지를 압박하기 때문에 위치를 살짝 조정하는게 필수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담배를 피울 때마다 피로감이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특히 아침에 첫 담배를 피울 때 중력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깨닫는다.
그 피로는 고스란히 다음날 아침으로 전달되고 그것을 잊기 위해 또 다시 담배를 입에 문다.
피로는 계속해서 누적되고 나의 몸이 점점 망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전보다 체력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이를 회복하기 위해 다시 담배를 찾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총 네 번의 금연을 시도했다.
스물 넷에 6 개월, 스물 여덟에 3 개월, 서른에 5 개월, 서른 둘에 1 개월
서른 둘에 시작한 네 번째 금연은 업무 도중 졸음이 몰려와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다.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으면서 졸면서 일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무력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금연의 부작용 때문인지 이전보다 흡연량이 2배 이상 늘었다.
하루에 12개피 정도 피우던 담배를 한 갑을 다 피워도 모자란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직장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금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항상 입에 달고 살던 말은 "끊어야지."
그게 그렇게 쉽게 끊어지던가?
혹자의 경우 담배를 부수적인 도움 없이 한 방에 끊어버렸다는 사례도 종종 들릴 것이다.
나도 금연을 이어나가던 당시 주변에 똑같이 말했다.
"담배를 끊으려면 한 번에 끊어야지, 어중간하게 시작하면 다시 피우니까."
실컷 금연 선포를 해놓고 실패한 나는 그때마다 태세전환으로 담배의 장점을 예찬하거나 끈기가 부족했던 자신을 탓하며 합리화했다.
금연은 하고 싶으나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게 그것은 바로 '담배를 끊어야 하는 이유'였다.
건강을 해친다거나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은 내게 아무런 자극을 주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냄새를 풍긴다던가 해로운 연기를 맡게한다는 이유도 딱히 신경쓰이지 않았다.
나 자신이 굳이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가 있는지 찾고 싶었던 나는 어느날 체력이 저질이 되어있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태생적으로 체력이 좋고 건강했던 나는 자신의 컨디션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았다.
이틀 밤을 새우며 작업을 해도 크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항상 담배는 내 곁을 지켰다.
되려 담배가 나의 피로감을 씻어내리는 마법의 도구와도 같았다.
담배를 피워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이 기분을 이해할 수 없다며 예찬했던 날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치명적인 착각이었다.
담배는 나의 피로를 씻어내리는 것이 아닌, 단지 느끼지 못하게 나를 속였을 뿐이다.
숨겨진 피로는 그대로 누적되어 내 몸에 쌓였고 나는 다시 흡연으로 이를 덮기 급급했다.
그러다 더 이상 견디지 못했던 내 몸이 곳곳에서 이상 반응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담배를 태워도 피로감이 사라지지 않았으며 귀에선 자주 이명이 들리고 조그만 움직임에도 금방 숨이 가빠졌다.
무거운 몸뚱이로 운동하기도 귀찮아서 틈만 나면 눕고 싶어졌다.
"내가 이렇게 됐다고...?"
불현듯 건강하던 나의 시절과 오버랩이되면서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담배를 피우면서도 체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내 정신력이면 담배를 끊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했다.
경험상 막상 금연에 들어서면 갖은 핑계를 대기 시작하는 습성이 생긴다.
지금 당장 내게 중요한 것은 졸음을 참는 것이다.
금연한답시고 회사 업무를 보면서 꾸벅꾸벅 졸 수는 없는 일이니까.
라는 핑계를 대면서 다시 담배를 피우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번 금연을 시도했을 당시 정리했던 금연과 졸음의 상관관계와 그 원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보겠다.
금연과 졸음의 상관관계 및 회복
금연하면 졸음이 오는 이유
우리 몸에는 각성에 관여해 기억, 학습 및 집중에 도움을 주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가 존재한다.
흡연 시 담배에 있는 니코틴이 체내로 유입되며 기존 아세틸콜린보다 훨씬 더 많은 수용체를 자극한다.
신경세포들이 강한 니코틴 자극에 익숙해지면서 아세틸콜린만으로는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변한다.
니코틴은 인체에서 분비하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금연 후 체내에서 고갈된다.
강한 자극에 익숙해진 수용체는 니코틴 부족 신호를 보낸다.
니코틴이 공급되지 않고 각성 자극 물질이 부족한 상태로 변한다.
회복
니코틴이 없는 수용체는 다시 아세틸콜린의 자극에 익숙해진다.
결론
니코틴의 강한 자극에 익숙해진 우리 몸의 수용체가 원상태로 회복되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는 이제 곧 다섯 번 째 금연을 시작할 예정이다.
금연을 할 때는 동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이 왜 금연을 해야하는지 그 해답을 꼭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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